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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by 유시민): 이과 남자의 인문 공부

무울비즈 2025. 3. 20. 07:19

 

[생각 나누기]

이과와 문과의 경계를 넘어

과학과 인문학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이과와 문과를 나눈다. 문과 공부를 했던 유시민은 우연히 파인만의 자서전을 펼칠 때까지, 30년 넘게 과학 책이라고는 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뒤늦었지만 슬기롭게도 유시민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통해 이 경계를 허물고, 과학적 사고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과학을 전혀 공부하지 않았던 저자가 뒤늦게 과학책을 탐독하며 얻은 깨달음을 담은 이 책은, 문과 출신 독자뿐만 아니라 이과 출신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학과 인문학의 조화를 고민해 온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대학 3학년으로 복학예정인 즈음이었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이공계 특성화대학에 진학했지만 아직 진짜(!) 전공을 확정하지 않았다. 전공 선택을 함께 고민하며, 나는 (태생적으로) 뉴턴이 될 수는 없으니 (후천적으로) 다윈의 길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이 말은 물리학 아니라 생물학을 전공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라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였다면 (아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것이다. 주어진 조건을 잘 판단하여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턴도 다윈도 인류사 최대의 천재적 과학 성과를 이루어 낸 사람이지만 그들의 분야는 피겨와 스피드 스케이팅만큼 다르다. 뉴턴은 수학적 원리로 자연을 해석했고, 다윈은 자연을 관찰하며 이론을 정립했다.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탐구할 것인지가 결국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강조하는 융합적이면서 과학적인 사고의 필요성과도 맞닿아 있다.

 

찰스 퍼시 스노의 두 문화, 그리고 유시민의 과학 공부

유시민은 한국의 독보적 지성인이다. 그런 유시민도 과학에 관해서는 지식인이 아니었다. 리처드 파인만의 말을 스스로 인용하면서 자신을 거만한 바보였다고 인정했다.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 과학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니 그럴 수밖에. 그 후로 15년쯤 지났을 것이다. 유시민이 이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언급한 교양과학책만 대략 60권이다. 조사해 본 적은 없지만, 과학고->카이스트를 거쳐 이공계 박사 학위를 취득한 나의 고등학교 동기 중에서 교양과학도서를 그만큼 언급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으로 확신한다.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유시민의 노력과 성과는 대단하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였던 찰스 퍼시 스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59, 그는 <두 문화(The Two Culture)> 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면 과학자들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비과학자도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 알아야 한다.”

 

셰익스피어 대한 것만큼 열역학 제2법칙을 알기는 쉽지 않다(찰스 퍼시도 후속 책에서는 열역학 제2법칙을 현대 생물학으로 바꾸었다).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라는 용어를 안다고 해서 열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과학자는 인문학을, 인문학자는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이과 남자의 인문 공부

아들이 대학2학년이 되었을 때 소속 학교 특수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기계를 할까 전기전자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 해 처음 만들어진 융합인재학부()’를 추천했다. 100권 읽는 것이 아예 커리큘럼에 명시되어 있는 신생학과였다(공학계열학과는 아니고, 책만 읽는 것도 아니다). 대학 때 1년쯤 휴학하고 책만 읽어도 좋다고 생각하기에 끌렸다. 더 큰 과학자가 되려면 더 큰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아들이 언젠가 <이공계 남자의 인문학 공부>라는 책을 펴낼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갖춘 과학자가 되어 있다면 더 좋겠다는 꿈도 꾸어보면서.

 

KAIST 의 필수과목인 ‘지성과 문명 강독’ 수업에서 수업한 책들 (사진 = 아들 제공)

 

아들은 융합인재학부에서의 1년을 끝내고 학교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아래와 같은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였다. 

“내가 지금 한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그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그 점들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세월이 조금 더 흘렀다. 아들은 이제 대학 4학년이다. 여전히 제1 전공 융합인재학부에서 기계과 트랙을 따라가면서 과학과 인문을 융합하여 배우고 있고, 복수전공으로 전기전자공학도 배우고 있다. 복수전공으로 인해 졸업은 1년쯤 늦추어질 것이다. AI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개인의 목표와 활동에 따라 여전히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지적 경험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누구이며, 왜 존재하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며 끊임없이 성장해 가기를 바란다.

 

(덧말1)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 언급된 교양과학도서를 대충 집에서 찾아보니 13권이 보인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2권 있긴 하지만, 문과든 이과든 사람이라면 읽어 볼만한 책들이라는 것에 동의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 언급된 과학 도서 (출처: 우리집 책장)

 

  

(덧말2) 한 줄 요약: 문과도 과학 공부는 필수다.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다면.

  

@ moowoolbiz

 

 

[책 본문에 밑줄 긋고 더 생각해 보기]

발췌 1.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표준 질문이다. 그러나 인문학 지식만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먼저 살펴야 할 다른 질문이 있다. ‘나는 무엇인가?’ 이것은 과학의 질문이다. (중략)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추어야 온전해진다. – p.47 (나는 무엇인가)

■ 문장의 핵심 의미

  • 이 문장은 인문학적 질문(‘나는 누구인가?’)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학적 질문(‘나는 무엇인가?’)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지를 담고 있다. 즉, 인간의 정체성과 본질을 논하기 위해서는 철학적·문학적 사유 이전에, 인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생물학적·물리적 원리를 따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인문학이 깊이를 가지려면, 과학이 제공하는 사실적 근거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이 문장이 던지는 추가 질문

  • ‘나는 무엇인가?’라는 과학적 질문은 어디까지 답할 수 있는가? 현대 생물학, 뇌과학, 물리학은 인간을 유전자와 뉴런, 물리적 원리의 집합체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인간의 정체성을 온전히 정의할 수 있을까?
  • 과학이 인문학의 토대라면, 인문학은 과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면,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의 인문학적 사유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했다고 볼 수 있는가?
  •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면, 현대 교육 시스템에서 이과와 문과를 분리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하는가?

■ 결론

  • 유시민의 이 문장은 인간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과학적 지식이 인문학적 사유의 토대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 결국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물질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해야 하며, 그 바탕 위에서 의식, 문화, 사회적 관계 등의 인문학적 탐구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는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넘어선 통합적 사고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과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발췌 2.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지 목적이다. – p.127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 문장의 핵심 의미

  • 이 문장은 삶의 의미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는 없으며, 그것은 개인이 창조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과학은 우주의 법칙과 생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지만, "나는 왜 존재하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즉, 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밝히는 도구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며,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질문을 과학적으로 정교하게 설정할 수는 있지만,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는 철학, 문학, 역사 등의 인문학적 사고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이 문장이 던지는 추가 질문

  •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삶의 의미'에 대한 인간의 질문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 삶의 의미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의미는 주관적인 것인가?

■ 결론

  • 유시민의 이 문장은 과학과 인문학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두 영역이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있어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과학은 우주와 생명의 기원, 진화, 물리적 법칙 등을 밝혀내며 우리가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리적 설명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학적 세계관 속에서 우리는 삶이 선험적으로 주어진 목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따라서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과학의 역할은 끝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는 철학, 문학, 역사, 예술 등 인문학적 탐구를 통해 발견해야 한다.
  • 이는 과학이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인문학이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한다는 앞서 발췌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완전한 인간 이해와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과학과 인문학 모두가 필요하며, 이 두 영역의 통합적 접근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토론해 볼만한 문장들]

훌륭하다가 나빠진 사람이 원래 나쁜 사람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자유의지’로 선택한 변화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리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특별히 미워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나빴던 사람보다는 낫다고 본다. – p.92 (2장. 나는 무엇인가)

 

나이가 들면 현명해진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보통은 어리석어진다. 하드웨어٠소프트웨어٠데이터라는 세 요소를 종합하면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 p.99 (2장. 나는 무엇인가)

 

단지 나 자신의 삶 하나를 스스로 결정하려고 애쓸 따름이다. 악과 누추함을 되도록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내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자. 이것이 내가 뇌과학에서 얻은 인문학적 결론이다. – p.101 (2장. 나는 무엇인가)

 

복잡함과 단순함은 상대적 개념이라는 데 주의하자. 복잡한 것은 단순한 것으로 나눌 수 있고, 단순한 것은 더 단순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 p.193 (4장.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책 목차]

서문: 과학 공부의 즐거움

 

1. 그럴법한 이야기와 확실한 진리 (인문학과 과학)

2. 나눈 무엇인가 (뇌과학)

3.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생물학)

4.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화학)

5.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물리학)

6. 우주의 언어인가 천재들의 놀이인가 (수학)

 

후기: 바보를 겨우 면한 자의 무모한 도전

 

 

[책 기본 정보]

1. 제목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부제: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 저자: 유시민
  • 출판사: 돌베개
  • 출판년도: 2023년
  • 쪽수: 304쪽
  • 카테고리: 인문학, 과학, 에세이

 

2. 저자유시민 (1959~ )

경상북도 월성군에서 1959년에 출생하였다. 서울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한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보건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고 비평가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럽 도시 기행』 등이 있다. 지금은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