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그리고 1년 365일
벚꽃이 또다시 어김없이 피고 졌다. 봄이 돌아왔다. 또 한 번의 1년이 시작되었고 곧 여름으로 지나갈 것이다. 1년… 1년이라는 시간 간격은 지구가 춘분점에서 출발하여 태양을 한바뀌 돌아서 다시 춘분점으로 돌아오는 동안 걸린 시간이다(코페르니쿠스 이전에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한바퀴 도는 시간이 1년이었을 테고).
고대부터 인간은 시간을 측정하려 했다. 1년이라는 단위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주기, 즉 회귀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1년은 365일이다.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도는 시간이 정확히 365일이면 좋을 텐데, 이 지구라는 녀석이 어정쩡하게도 태양을 한바퀴 도는데 365일 하고도 한나절(0.25일)쯤 더 걸린다. 즉, 지구의 공전주기(1회귀년)는 약 365.25일이다. B.C 45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통치시절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4년에 한 번씩은 1년을 365일이 아니라 366(= 365 + 0.25 x 4)일로 정하였다(이것이 율리우스력이고, 4년마다 2월이 29일까지 있는 윤년이 있게 된다).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그런데 세월이 천 년쯤 흘러흘러보니 날짜가 안 맞는 거다. 율리우스력은 실제와는 다르게 128년마다 1일을 더 추가해온 꼴이었던 거다. 왜냐하면 지구의 정확한 1회귀년은 365일 보다는 길긴하지만 365.25일 보다는 조금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1582년부터는 율리우스력을 폐기하고, 공전주기를 365.2425일로 수정한 그레고리력을 시행하게 된다.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의 차이는 1년에 0.0075일로 아주 작지만, 이 작은 차이로 인하여 그레고리력에서는 400년마다 세 번(3일)의 윤년을 없앨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실제 공전주기(365.2422일)와 비교하여 3,300년 후에야 1일의 편차가 생기게 되는데, 그때 하루만 더 빼주면 다시 정확해진다.
따지고 보면, 율리우스 시대의 사람은 지금 우리를 포함한 그레고리 이후 시대의 사람보다 128년에 1일을 더 살았다! 정확히 64세 생일에 사망하였다면, 지금 우리보다 0.5일을 더 살다 죽은 것이다! 옛날보다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
기억하는 삶으로
시간은 간다. 인간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 못하기에, 여하튼 우리의 시간은 상대적이지 못하고 절대적으로 일정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시간은 기억의 밀도에 따라 다르게 흐를 수 있다. "올해는 유독 빨리 지나갔다"는 말은, 사실상 우리가 그 해를 충분히 기억하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기억할 만한 만남이 적고, 의미 있는 사건이 없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절대적 시간의 길이는 무의미하다.
달력은 시간을 측정할 수 있지만 시간을 의미 있게 살게 해주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이 만들어내는 기억이 ‘나’라는 인간을 존재하게 한다. 매년 찾아오는 봄처럼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흘러갈 것이다. 내년에 벚꽃은 또다시 필 테지만 그 봄이 오기 전에 시간의 기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그저 먹고 마시고 잊고 사라지는 삶이 아니라, 만나고 느끼고 기억하는 삶이고 싶다. 달력은 우리에게 시간이 흘렀다고 말해주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았는가는 스스로 찾고 답해야 한다.
@ moowoolbiz
[더 알아보기]
** 그레고리력
그레고리력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율리우스력을 개정하여 도입한 태양력이다. 주요 특징은 아래와 같다.
- 1년을 365.2425일로 계산해 평균 400년 동안 97번 윤년을 둠
- 4년마다 윤년이지만, 10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는 평년, 다만 400으로 나누어 떨어지면 윤년
-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달력
** 율리우스력
율리우스력은 기원전 45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도입한 태양력이다. 주요특징은 아래와 같다.
- 1년을 365.25일로 계산해 4년마다 윤년 적용
- 실제 태양년(365.2422일)과 차이가 생겨 128년마다 약 1일 오차 발생
- 그레고리력 도입(1582년) 전까지 유럽에서 사용됨
- 현재는 일부 정교회에서 교회력으로 사용
그레고리력이 도입되면서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역사적 기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
** 회귀년
회귀년은 지구가 춘분점을 기준으로 태양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춘분점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약 365.2422일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의 1년 기준이 된다. 이는 계절의 순환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며, 달력이 계절과 어긋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회귀년과 항성년은 다르다. 회귀년(태양년이라고도 한다)은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의 평균으로, 지구상에서 계절이 반복되는 주기이다. 태양이 춘분점을 나온 뒤 황도상을 진행하여 다시 춘분점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으로 측정하며, 약 365.2422 이다. 항성년(恒星年, sidereal year)은 천구상을 지나는 태양이 황동상에 고정된 별과 겹친 뒤 다시 겹쳐질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1항성년은 약 365.256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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