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한대, 사랑의 시작
불치병을 갖고 있는 남녀청춘의 사랑을 다룬 영화 <안녕, 헤이즐> 에서 소녀 헤이즐은 소년 어거스터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라고 영화 소개글에서 읽었어요).
“0과 1 사이엔 수많은 숫자가 있어요. 0.1, 0.12, 0.112…, 무한대로 많죠. 저는 제게 주어진 숫자보다 더 큰 숫자를 갖고 싶어요. 내 사랑, 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우리에게 주어졌던 작은 무한대가. 넌 내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함을 줬어.”
누구나 한정된 시간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 시간이 실제로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갑니다. 때로는 헤이즐처럼 자신의 남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정확히 알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한정된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0과 1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숫자에 대해서 우리보다 더 깊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테지요. 큰 무한대의 의미 없음 보다는, 0과 1 사이의 그 작은 무한에서 영원을 느끼는 삶, 그것이 바로 인생의 의미이며, 그 의미는 결국 사랑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이겠지요.
수와 사랑, 유리수와 무리수의 세계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수, 즉 실수 중에는 1, 2, 10 처럼 딱 떨어지는 정수가 있고, 2분의 1(1/2) 처럼 정수 그 자체로는 나타낼 수 없지만,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는 유리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수나 분수의 형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순환하지 않는 소수의 수, 즉 √2 (=1.4142135623…) 와 같은 무리수도 있습니다. (이거 어려운 수학 아니고요,그냥 천천히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기억나실 겁니다 ^^; 기억해내지 못하시더라도 이 글 계속 읽는 데에, 혹은 살아가시는데 아무런 문제없고요)
“네가 나를 3만큼 사랑한다면, 나는 너를 29만큼 사랑해.”
라고 말한다면(이렇게 말하는 4차원은 없겠죠? ^^) 너와 나의 사랑의 비는 3분의 29( 29/3) 가 될 테고, 이 숫자는 9.6666666666…. 처럼 소수점 이하 6이라는 숫자가 무한히 순환하게 되지만 어쨌거나, 나는 너보다 3분의 29배만큼 더 사랑한다고 정확한 정수의 비(네, 유리수 입니다)로 표현은 가능한 것이지요.
√2의 사랑, 실재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을 생각해 봅시다. 그 정사각형을 좌표의 0점에 올려놓았을 때, 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끝이 X 좌표 쪽으로 넘어져 맞닿은 자리, 그곳의 숫자는 얼마가 될까요?(첨부 그림에서 “?” 로 표시되어 있는 바로 그 자리 말입니다). 1과 2 사이에 있는 어떤 숫자인 것은 확실한데, 정수를 이용해서 표현이 가능할까요? 이 문제를 이해하시기에 좀 ‘무리’라고요? 네, 맞습니다. 이게 바로 대표적인 ‘무리수’(ㅎㅎ)인 √2(=1.4142135623…) 가 되는 것이며, 정수의 비의 형태로는 표현이 불가능하죠.
좀 멀리 돌아왔습니다. 제 사랑이 바로 √2 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말이죠. 1과 2 사이, 그대와 나 사이에 맞닿은 하나의 접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접점은 실재하지만 실재하는 실수인 정수로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숫자가 딱 떨어지지도 않으며, 순환하지도 않으며, 규칙적인 반복도 없습니다. 실재하지만 정확히 표현되지는 않는, 그렇지만 무한히 전개되는 그 깊은 영원의 사랑, 그것이 바로 그대를 향한 저의 사랑의 방식입니다.
@ moowoolbiz
[더 알아보기]
** 무리수 (irrational number)
두 정수의 비의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실수를 말한다. 즉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소수이다. 소수로 나타냈을 때 끝나지 않고, 반복되지도 않는 소수가 된다.
** 유리수 (rational number)
정수끼리의 비율로 표현 가능한 수이다. 끝나거나 반복되는 소수의 형태로 나타난다. 즉 소수로 나타냈을 때 유한 소수(끝나는 소수) 또는 순환 소수(어떤 숫자가 반복되는 소수)가 된다.
** 실수 (real number)
수직선 위의 모든 점에 대응되는 수이다. 즉, 정수, 유리수, 무리수를 모두 포함하는 수의 집합이다. 유리수와 무리수를 합친 개념이다.
** 정수 (integer)
0을 중심으로 양의 수와 음의 수를 모두 포함하는, 소수점 없는 수이다. 소수나 분수가 아니다 (소수점 이하가 없음).
** 자연수 (natural number)
사물을 셀 때 사용하는 1 이상의 양의 정수이다.
** 허수 (imaginary number)
제곱하면 음수가 되는 수이며, iii를 기본 단위로 한다. 실수와는 다르게, 수직선 상이 아닌 "수평선(허수축)" 위에 놓인다.
** 복소수 (complex number)
실수와 허수의 합으로 표현되는 수이다. 형태는 a+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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